[문항 1 ~ 2] (600점)

(가) 기존의 지식 생산 메커니즘은 특정 지식 집단에 집중되어 있었다. 예를 들어 과거 지식의 총아라 일컬어졌던 백과사전의 경우 특정 학문 분야의 권위자만 서술과 편집의 권한을 가질 수 있었다. 이러한 메커니즘에서는 전문가가 아닌 보통 사람에게는 지식 생산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으며, 설령 지식을 생산한다 하더라도 그들이 생산한 지식은 저평가되기 일쑤였다. 과거에는 지성이란 특정 사람에게만 주어진 능력으로 간주되었다. 지성의 역할은 새로운 지식을 창조하는 것이며 이러한 과정은 축적된 지식을 지닌 지성인, 곧 전문가에 의해서만 이루어질 수 있다고 여겨진 것이다.

스탱어스는 지성이 하는 가장 중요한 일은 지식 창조이며, 이는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축적된 지식을 가지고 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한 소위 ‘전문가’만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일반인의 지성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을 근대적 관점에서 제기한 이로는 매카이가 있다. 매카이는 중요한 결정을 할 때 대중의 판단에 의존하는 것은 위험하며, 그렇기 때문에 대중의 판단은 무용하다고 했다.

그러나 이러한 인식과 다르게 현대 사회에서는 누구나 인터넷을 통해 다른 사람이 제공한 지식을 검색하여 읽을 수 있고, 자신이 가진 지식을 다른 사람들과 나눌 수 있도록 글을 쓸 수 있으며, 잘못된 정보를 고치는 것 또한 자유롭게 되었다. 이처럼 현대사회에서 교육 수준의 상승과 정보 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전문가로 공인받지 않은 일반인도 자신들이 생활에서 체험한 지식을 서로 공유하는 과정을 통해 궁극적으로 지식 생산에 기여하는 것을 집단 지성이라 부른다.

집단 지성은 정보 사회의 특징을 설명해 주는 핵심 개념으로 각광받고 있다. 특히 인터넷상에서 활동하는 개별 누리꾼이 서로 힘을 모아 사회적 영향력을 발휘하는 현상이 뚜렷하게 포착되고 있는데, 이렇게 모인 힘을 표현하는 개념으로서 집단 지성이 자리를 잡아 가고 있다. (…)

이러한 집단 지성의 출현으로 우리의 지식 추구 형태는 크게 변화하고 있다. 누구나 모르는 것이 생기면 바로 인터넷을 검색하여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러한 변화들의 근본적인 원인은 집단 지성이 만들어 낸 지식 생산 메커니즘의 변화에 있다고 할 것이다.

(나) 우리가 함께 소통하며 발전하는 사회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 이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길은 의외로 어렵지 않다. 왜냐하면 과거의 역사에서 이 질문에 대한 단서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인류의 스승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언제나 ‘자신의 말에 남이 어떻게 반응하는가.’ 하는 점에 대해 그들만의 남다른 자세가 있었다.

공자는 이러한 자세의 표본을 보여 주는 인물이다. 공자의 제자 중에서 가장 우수했던 안회는 실천력이 대단했지만 이해력도 어찌나 뛰어났는지 “하나를 들으면 열을 안다.”라고 일컬어진 인재였다. 공자조차 그런 면에서는 자신이 안회만 못하다고 분명하게 인정했을 정도였다. 그런데 놀랍게도 공자는 그런 안회를 두고 “안회는 나를 돕는 자가 아니다. 내가 하는 말에 기꺼워하지 않음이 없다.”라고 토로했다.

공자의 ‘공자됨’을 가장 명확하게 보여 준 것이 바로 이 구절이다. 그가 끊임없는 자기 성찰과 단련을 통해서 자신의 사상을 더 완전한 것으로 향상하고자 했던 신실한 노력과 의식의 핵심이 바로 그 구절에 담겨 있다. 자신이 하는 말마다 즉각 알아듣고 그 말에 담긴 진리를 이해하고 기꺼워하는 뛰어난 제자가 있다는 것은 큰 축복이다. 웬만한 스승들은 그런 제자가 있다는 것에 크게 기뻐하면서 그렇지 못한 못난 제자들을 답답하게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공자는 그렇지 않았다. 스승인 자신과 뛰어난 제자 사이에 형성된 관계가 지닌 한계와 약점을 명확하게 알아본 것이다.

자신의 말을 모두 잘 알아듣고 그대로 받아들이는 제자를 상대로는 그 말을 하는 선에서 이야기가 끝난다. 그러나 자신의 말이나 사상에 질문이나 반문(反問)을 하거나 비판하고 나서는 제자들은 공자로 하여금 보충 설명이나 부연 설명을 하게 만들었다. 공자는 바로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자신의 생각의 범위나 사상의 틀이 더 견고해지고 보다 넓게 확장되며 명확해짐을 알았던 것이다.

그래서 하나를 들으면 열을 알아듣고서 질문이나 반문이 없이 전적인 지지와 찬사를 보내는 뛰어난 제자보다는, 오히려 하나를 듣고 그 하나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서 못난 질문이나 반문을 내놓는 어리석은 제자가 진정한 도움이 되는 존재임을 선명하게 인식한 것이다. (…)

생각을 바꾸어 보면 소통의 문제는 쉽게 해결할 수 있다. 자신의 주장에 대한 질문과 토론을 허용하고 존중하는 것이다. 이러한 문화가 자연스러워진다면 남의 말을 들을 줄 알고 남의 생각도 존중할 줄 아는 사람들이 많아질 것이며, 우리 사회는 자연스럽게 소통의 불협화음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다) 요즈음 대학에서 교과서로 상징되는 공식적 지식 체계들은 그리 큰 존중을 받지 못하는 듯하다. 지식이 지닌 혁명적 속성을 생각하면, 설명이 힘든 현상은 아니다. 공식적 지식 체계가 지니게 되는 편향과 억압, 특히 고등학교 교과서의 모습을 생각하면, 공감이 가는 대목도 있다.

공식적 지식 체계를 배우는 일은 그래도 중요하다. 공식적 지식 체계를 배우는 일이 중요한 것은 어떤 사회에서든지 그런 지식 체계에 비길 만큼 체계적이고 충분한 대체적 지식 체계가 존재하기 어렵다는 점과, 그런 지식 체계에 따라 사회가 움직이므로, 그것이 사회를 이해하는 데 필수적이고 효과적이라는 점 때문이다. 이런 사정은 사회 체제를 지지하는 사람들과 그것을 다른 것으로 바꾸려는 사람들에게 함께 적용된다.

공식적인 지식 체계를 배워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그것이 재발견의 낭비를 크게 줄여 준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지금 우리 사회에서 결코 작지 않은 중요성을 지닌 일이다. 남이 알아낸 것을 다시 알아내는 일은 우리 모두가 겪는 바다. 그렇지만 이런 재발견은 당사자에게나 사회에 낭비이므로 될 수 있는 대로 줄여야 한다. 재발견의 낭비를 피하려면, 다른 사람들이 이미 발견한 것들이 무엇이며 아직 발견하지 못한 것들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교과서는 이미 발견된 지식을 가장 잘 정리해 놓은 것이므로, 그러한 일에 효율적인 수단이 된다. 따지고 보면, 바로 이것이 공식 교육의 목적 가운데 하나이다.

우리 사회에서 교과서로 상징되는 지식 체계의 권위가 아주 낮아졌지만, 그리고 그 사정을 이해할 수 있지만, 교과서를 홀대하는 사람들은 교과서가 어쩔 수 없이 지니게 되는 편향이나 억압의 위험보다 훨씬 큰 재발견의 위험을 안는다. 사람들이 힘들게 쌓아올린 지식의 더미에 조금이라도 더할 길을 찾는 사람이라면, 그가 겨냥한 지식이 학문의 모습을 하든 예술의 모습을 하든, 자신의 재능을 낡은 것의 재발견에 낭비하지 않도록 마음을 써야 한다. 이를 위한 최선의 방법은 교과서를 존중하는 것이다.

[문항 1] 제시문 (가)에 나타난 과거와 현대의 지식 생산 메커니즘과 관련된 차이점을 모두 기술하시오. (200점, 400∼500자, 제시된 작성 분량 미 준수 시 0점 처리됨)

[문항 2] 제시문 (다)의 주장을 요약하고, (가)와 (나)를 모두 활용하여 (다)의 주장을 반박하시오. (400점, 1,100∼1,200자, 제시된 작성 분량 미 준수 시 0점 처리됨)

출제 의도 및 문항 해설

1. 출제 의도

본 논술은 고교 교육과정과 관련 성취기준을 최대한 반영하여 출제하였다. 해당 교육과정을 통해 함양된 독서 능력과 글쓰기, 논증적 사고 및 비판적 사고 능력, 주어진 문제의 맥락에 맞게 텍스트를 활용할 수 있는 창의적 사고력을 측정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문항 1>은 제시문 (가)의 내용에서 과거와 현대의 ‘지식 생산 메커니즘’을 비교하여 차이점을 밝히는 문제이다. 이를 위해서는, 주어진 제시문의 내용을 정확하게 파악하여 ‘지식 생산 메커니즘’의 시대적 변화를 읽어내야 한다. 시대에 따른 지식의 생산자와 소비자의 변화 및 그 지식에 대한 사회적 영향력의 변화에 대해 다각도로 분석하고 서로 비교할 수 있어야 한다. 이 문항에서는 텍스트 독해 능력과 분석적 사고 능력이 요구된다.

<문항 2>는 교과서의 순기능을 주장한 제시문 (다)를 논증적으로 분석하여 내용을 요약하고, 제시문 (가)와 (나)를 활용하여 (다)의 주장을 반박하는 문제이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다)에서 교과서가 사회를 이해하는 공식적 지식 체계이고 지식 재발견의 낭비를 줄여주므로 교과서를 존중해야 한다는 필자의 주장과 근거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 내용을 논증적으로 요약할 수 있는 분석 능력과 논증적 사고 능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가)와 (나)에서 논거를 찾아 (다)의 주장을 반박해야 한다. (가)에서는 기존의 공식적 지식 체계가 집단 지성에 의해 대체되고 있다는 논거를, (나)에서는 지식은 쌍방향의 소통을 통해 발전한다는 논거를 찾아내야 한다. 이 문항에 대해 기술하기 위해서는 전혀 다른 맥락에서 쓰인 글에서도 반박 논거를 발견할 수 있는 창의적 사고와 비판적 사고 능력, 논증적 사고 능력이 필요하다. 또한 자신의 견해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문장 구성력 및 표현력이 필요하다.

2. 문항 해설

<문항 1>은 제2012-14호 “국어과 교육과정” 성취기준 [국어II]-[독서] (7) 핵심적인 정보를 선별하고 작문 맥락에 맞게 정보를 조직하여 설명하는 글을 쓰는 능력, [사회] (4) 환경 변화와 인간-(가) 과학 기술의 발달과 정보화-② 공간 정보 기술의 변화를 살펴보고, 이러한 변화가 인간의 일상생활 및 자연 환경 활용에 미친 영향에 대한 이해, [독서와 문법] (21) 글의 화제나 주제, 필자의 관점 등에 대한 자기의 견해를 논리적으로 구성하여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발견하는 능력을 확인하기 위한 것이다.

이를 위해 지식 생산 메커니즘의 변화를 설명한 글을 읽고 과거와 현재의 지식 생산 메커니즘을 다양한 각도에서 비교하여 차이점을 기술하도록 과제를 구성했다. 차이점은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과거에는 지식 생산자와 소비자가 분리되었으나 현대에는 지식 생산자가 동시에 지식 소비자이기도 하다. 둘째, 과거에는 지식의 생산 주체가 전문가였으나 현대에는 집단지성의 출현으로 일반 대중도 지식 생산의 주체가 되었다. 셋째, 대중의 판단과 지식이 과거에는 저평가되었으나 현대에는 존중받고 있다. 이러한 차이점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여 기술하도록 고안했다.

<문항 2>는 제2012-14호 “국어과 교육과정” [국어Ⅱ]-[독서] (6) 다양한 매체 자료를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평가하며 읽는 능력, [사회·문화] (6) 현대 사회와 사회변동-(마) 정보 사회의 형성 과정과 특징에 대한 이해, [독서와 문법] (19) 글의 내용이나 자료, 관점 등에 나타난 필자의 생각을 비판하며 읽는 능력, [독서와 문법] (21) 글의 화제나 주제, 필자의 관점 등에 대한 자기의 견해를 논리적으로 구성하여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 [국어Ⅰ]-[작문] (8) 다양한 매체에서 얻은 정보를 작문 상황에 맞게 조직하여 통일성과 응집성을 갖춘 글을 쓰는 능력을 확인하기 위한 것이다.

이를 위해, 먼저 교과서를 존중할 것을 주장하는 제시문 (다)의 내용을 논증적으로 요약한다. (다)에서 교과서는 공식적 지식체계를 담고 있으므로 사회 이해에 필수적이며, 지식 재발견의 낭비를 줄여준다는 근거를 들어 교과서를 존중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친다. 제시문 (가)를 활용하여 집단 지성의 등장으로 새로운 지식 체계가 발생했으므로 더 이상 교과서가 사회 이해의 효과적 수단이 아니라고 반박할 수 있고, 제시문 (나)를 통해 지식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끊임없이 질문하고 비판하는 상호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하여 쌍방향 소통이 불가능한 교과서의 한계를 지적할 수 있다. 이렇듯 (가)와 (나)를 통해 (다)의 주장을 반박할 수 있다. 이 문항은 쓰기 목적을 고려하며 글을 읽는 과정을 통해 논지를 정하고, 이를 통해 텍스트를 재해석하여 특정한 입장을 논박하는 글을 쓰도록 고안한 것이다.

3. 채점 기준

4. 예시 답안

[문항 1]

지식 생산 메커니즘은 시대와 환경에 따라 변화한다. 과거에는 지식의 생산자와 소비자가 엄격하게 분리되었다. 특정 학문 분야의 전문가가 지식을 생산할 권한을 지녔고, 주로 책을 서술하거나 편집하는 행위를 통해 지식을 생산했다. 반면 대중은 전문가가 생산한 지식을 수용하고 학습하는 소비자에 불과했다. 설사 대중이 지식을 생산한다 하더라도 전문가가 아닌 그들의 지식은 저평가되거나 무용하다고 여겨졌다.

이와 달리, 현대에는 일반 대중이 지식의 생산과 소비에 참여함으로써 집단 지성이 출현했다. 교육 수준이 높아진 대중이 인터넷 등 정보 기술을 활용하여, 지식을 공유하고 잘못된 정보를 검증하거나 수정하면서 새로운 지식을 생산한다. 집단 지성의 출현으로 대중은 지식의 생산자이자 소비자가 되었고, 그들의 지식에 대한 신뢰도와 사회적 영향력이 상승하고 있다. (424자)

[문항 2]

제시문 (다)는 공식적 지식 체계를 담고 있는 교과서가 사회를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지식을 체계적으로 전달하고, 이미 발견된 지식을 효율적으로 정리함으로써 지식 재발견의 낭비를 줄여준다고 말한다. 아울러 이러한 장점들이 교과서가 지닐 수 있는 편향과 억압의 위험성보다 훨씬 큰 것이므로 교과서를 존중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오늘날 지식의 생산과 소비 메커니즘에 커다란 변화가 생겼고 교과서의 한계도 명확해졌으므로, 이러한 주장은 수용하기 어렵다.

제시문 (가)에 의하면, 과거에는 지식이 특정한 분야에 축적된 지식을 가진 전문가에 의해서만 생산될 수 있었다. 현대 사회에서는 교육 수준의 향상과 정보 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일반인도 지식 생산에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 일반인들은 인터넷을 통해 자신들의 경험과 지식을 공유하고 상호 검증하며 궁극적으로 지식의 생산에 기여하게 된다. 이러한 집단 지성은 이미 사회적 신뢰를 얻고 그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즉 교과서와 같이 특정한 전문가가 생산한 공식적 지식 체계는 집단 지성이 생산한 새로운 지식 체계에 의해 빠르게 대체되고 있으며, 더 이상 사회를 이해하는데 필수적이고 효과적인 지식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뿐만 아니라 지식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확장되는 것인데, 이 과정에서 기존 지식에 대한 질문과 비판은 필수적이다. 제시문 (나)에 의하면, 공자도 제자들의 질문과 비판에 보충 설명을 하며 소통했고, 이를 통해 자신의 생각의 범위나 사상의 틀을 더욱 견고하게 하거나 확장할 수 있었다. 공자의 ‘공자됨’은 이와 같이 소통을 기반으로 한 끊임없는 자기 성찰과 단련을 통해 완성된 것이다. 정보 기술이 발달한 현대 사회에는 이러한 지적 소통이 인터넷을 통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반면 교과서는 이미 발견한 지식을 정리한 지식 체계여서, 기존 지식에 대한 쌍방향의 소통이 근본적으로 어렵다. 또한 공식적 지식 체계라는 성격으로 인해 그것에 대한 적극적인 반문이나 비판 역시 쉽지 않다.

과거에는 공식적 지식 체계인 교과서가 중요한 역할을 했으나, 현대 사회에는 그 한계가 명확해졌다. 지식 생산 메커니즘의 변화에 맞추어, 지식의 생산뿐만 아니라 소비나 교육 부문에서도 유연한 사고를 가질 필요가 있다. (1,106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