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1]: [가]와 [나]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다]의 도표를 분석하시오. (401~600자) [40점]

[문제 2]: [가]와 [나]에 나타난 문명의 개념을 종합하여, [라]의 섬에서 허생이 행한 ‘시험’을 설명하고, 그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논하시오. (801~1,000자) [60점]

[가] 부가 없이는 문명도 없다. 문명의 발전과 다른 인간적인 요인들 사이의 관계를 정립하려는 역사학자들은 이 점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관계가 상당히 복합적이라 하더라도 다음 두 가지 사실만은 분명하다. 첫째, 어떤 지역이나 국가의 발전은 경제적인 발달에 기반을 둔다는 사실이다. 이 경우 초기에는 하천 덕분에 농업과 교류가 촉진되어 경제 성장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둘째, 어떤 지역이나 국가의 발전은 지역이나 국가의 원활한 운영을 보장하는 ‘중앙 집권화’된 정치 조직에 기반을 둔다는 사실이다. 바로 이 두 가지 요소가 결합될 때 사치 현상이 발생한다. 따라서 사치는 다음 두 가지 측면에서 문명의 요인이 된다. 우선 사치는 혁신과 교류의 증대에 기여한다. 다음으로 눈으로 볼 수 있는 표식을 통해 사회의 권력과 명성을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한편 사치는 타락과 낭비로 인해 퇴조의 길을 걷기도 한다. 철학자나 사상가, 도덕주의자들이 사치를 격렬하게 배격하고, 위정자들이 ‘사치 단속령’이라는 법률로 사치를 제한하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이다. 이와 같은 모순성은 사치가 문명의 요인인 동시에 걸림돌이 된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각자가 사치에 대해 내리는 판단은 서로 다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사치가 문명의 자극제 역할을 하는 것은 분명하다. 처음에는 그 안에 내재된 창조성을 통해서, 나중에는 교류 대상이 되는 물건을 제작하면서 이러한 역할을 수행한다. 결국 적절한 사치야말로 경제와 지성, 예술, 도덕면에서 모든 문명의 기초를 이룬다고 할 수 있다.

- 장 카스타레드, <사치와 문명>, 고등학교 독서와 문법

[나] 사라져버린 많은 문명 중에서, 이스터 섬의 문명은 오랫동안 신비에 싸여 있었다. 최근 여러 연구자들이 이스터 섬을 체계적으로 발굴하여 이 섬의 역사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제공하였다. (중략) 폴리네시아 인은 비옥한 토지, 풍부한 식량, 충분한 건축 재료 등 편안한 삶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이 갖추어진 섬을 발견하여 정착하였다. 그들은 번창하였고, 인구도 급속하게 늘어났다. 몇 세기 후 그들은 돌로 단을 쌓고 석상을 세우기 시작하였다. 시간이 갈수록 돌 제단과 석상은 커졌고, 석상은 10톤이나 나가는 붉은 돌로 만든 왕관을 쓰기 시작했다. 각 씨족들은 자신들의 부와 힘을 자랑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더 크고 화려한 석상을 세웠을 것이다. 

 결국, 석상이 늘어나는 속도가 숲이 재생산되는 속도보다 더 빨라지면서 숲이 급속하게 파괴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밭을 만들기 위해, 불을 지피기 위해, 카누를 만들기 위해, 집을 짓기 위해, 석상을 옮기기 위해 나무를 베었다. 숲이 사라져 감에 따라 석상을 운반하고 세우는 데 사용되는 밧줄의 재료와 목재도 사라져 갔다. 카누의 재료인 나무들이 멸종하면서 고래도 식탁에서 사라졌다. 숲이 파괴되어 흙이 비바람에 침식되고, 햇볕에 말라 척박하게 되었으므로 농작물의 수확량도 줄어들었다. 남아 있는 작은 석상들의 홀쭉한 뺨과 앙상한 갈비뼈는 당시 사람들이 굶주리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잉여 식량이 사라지면서, 그때까지 정교한 분업 사회를 이끌어 오던 추장, 관료, 성직자들이 힘을 잃었다. 중앙 집권적 정부는 각 지방의 혼란과 함께 무너지고, 전사들이 세습되던 추장들의 권한을 빼앗았다. 1700년을 전후하여 인구가 급격히 줄어들었고, 사람들은 적의 공격을 피해 동굴 생활을 시작하였다. 1770년 전후에는 서로 경쟁 부족의 석상을 무너뜨려 머리 부분을 떼어 냈으며 1864년에 이르러 드디어 마지막 석상이 내팽개쳐졌다.

-재러드 다이아몬드, <이스터 섬의 몰락>, 고등학교 국어Ⅱ

[다] [도표 1] 

세계 국민총생산(GNP)의 80%   
2000년대 초 시가총액(98%가 북반구에 편중)   
금융 및 경제 활동의 주요 흐름: 항공 수송, 승객, 화물, 자본(80%이상이 북반구에 편중)   
전세계 관광객 82%의 출발지 및 도착지 
연간 이용객 수 2,000만 명 이상인 공항 

- 고등학교 사회

[도표 2]

* 이산화탄소는 화석 연료의 사용, 산림 파괴, 가축 사육, 무분별한 농경지 확대 등으로 발생한다. [도표 2]는 시기별 이산화탄소 평균 농도와 지구 평균 기온 변화의 추이를 보여준다. 

- 고등학교 사회

[라] 허생은 만 냥을 입수하자, 다시 자기 집에 들르지도 않고 바로 안성으로 내려갔다. 안성은 경기도, 충청도 사람들이 마주치는 곳이요, 삼남의 길목이기 때문이다. 거기서 대추, 밤, 감, 배며 석류, 귤, 유자 등속의 과일을 모조리 두 배의 값으로 사들였다. 허생이 과일을 몽땅 쓸었기 때문에 온 나라가 잔치나 제사를 못 지낼 형편에 이르렀다. 얼마 안 가서, 허생에게 두 배의 값으로 과일을 팔았던 상인들이 도리어 열 배의 값을 주고 사 가게 되었다. 허생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만 냥으로 온갖 과일의 값을 좌우했으니, 우리나라의 형편을 알 만하구나.” 

 그는 다시 칼, 호미, 포목 따위를 가지고 제주도에 건너가서 말총을 죄다 사들이면서 말했다. 

 “몇 해 지나면 나라 안의 사람들이 머리를 싸매지 못할 것이다.” 

 허생이 이렇게 말하고 얼마 안 가서 과연 망건 값이 열 배로 뛰어올랐다. (중략) 

 이때, 변산(邊山)에 수천의 군도(群盜)들이 우글거리고 있었다. 각 지방에서 군사를 징발하여 수색을 벌였으나 좀처럼 잡히지 않았고, 군도들도 감히 나가 활동을 못 해서 배고프고 곤란한 판이었다. 허생이 군도의 산채를 찾아가서 우두머리를 달래었다. 

 “천 명이 천 냥을 빼앗아 와서 나누면 하나 앞에 얼마씩 돌아가지요” “일 인당 한 냥이지요.” “모두 아내가 있소” “없소.” “논밭은 있소” 군도들이 어이없어 웃었다. “땅이 있고 처자식이 있는 놈이 무엇 때문에 괴롭게 도둑이 된단 말이오” “정말 그렇다면, 왜 아내를 얻고, 집을 짓고, 소를 사서 논밭을 갈고 지내려 하지 않는가? 그럼 도둑놈 소리도 안 듣고 살면서, 집에는 부부의 낙(樂)이 있을 것이요, 돌아다녀도 잡힐까 걱정을 않고 길이 의식의 요족(饒足)을 누릴 텐데…….” “아니, 왜 바라지 않겠소? 다만 돈이 없어 못 할 뿐이지요.” 

 허생은 웃으며 말했다. “도둑질을 하면서 어찌 돈을 걱정할까? 내가 능히 당신들을 위해서 마련할 수 있소. 내일 바다에 나와 보오. 붉은 깃발을 단 것이 모두 돈을 실은 배이니, 마음대로 가져가구려.” 허생이 군도와 언약하고 내려가자, 군도들은 모두 그를 미친놈이라고 비웃었다. 

 이튿날, 군도들이 바닷가에 나가 보았더니, 과연 허생이 삼십만 냥의 돈을 싣고 온 것이었다. 모두들 대경(大驚)해서 허생 앞에 줄지어 절했다. 

 “오직 장군의 명령을 따르겠소이다.” “너희들, 힘껏 짊어지고 가거라.” 

 이에, 군도들이 다투어 돈을 짊어졌으나, 한 사람이 백 냥 이상을 지지 못했다. 

 “너희들, 힘이 한껏 백 냥도 못 지면서 무슨 도둑질을 하겠느냐? 인제 너희들이 양민(良民)이 되려고 해도, 이름이 도둑의 장부에 올랐으니, 갈 곳이 없다. 내가 여기서 너희들을 기다릴 것이니, 한 사람이 백 냥씩 가지고 가서 여자 하나, 소 한 필을 거느리고 오느라.” 

 허생의 말에 군도들은 모두 좋다고 흩어져 갔다. 

 허생은 몸소 이천 명이 일 년 먹을 양식을 준비하고 기다렸다. 군도들이 빠짐없이 모두 돌아왔다. 드디어 다들 배에 싣고 그 빈 섬으로 들어갔다. 

 그들은 나무를 베어 집을 짓고, 대를 엮어 울을 만들었다. 땅기운이 온전하기 때문에 백곡이 잘 자라서, 한 해나 세 해만큼 걸러 짓지 않아도 한 줄기에 아홉 이삭이 달렸다. 삼 년 동안의 양식을 비축해 두고, 나머지를 모두 배에 싣고 장기도로 가져가서 되팔았다. 장기라는 곳은 삼십만여 호나 되는 일본의 속주이다. 그 지방이 한참 흉년이 들어서 구휼하고 은 백만 냥을 얻게 되었다. 

 허생이 탄식하면서, “이제 나의 조그만 시험이 끝났구나.”하고, 이에 남녀 이천 명을 모아 놓고 말했다. 

 “내가 처음에 너희들과 이 섬에 들어올 때엔 먼저 부하게 한 연후에 따로 문자를 만들고 의관을 새로 제정하려 하였더니라. 그런데 땅이 좁고 덕이 엷으니, 나는 이제 여기를 떠나련다. 다만 아이들을 낳거들랑 오른손엔 숟가락을 쥐고, 하루라도 먼저 난 사람이 먼저 먹도록 양보케 하여라.” 다른 배들은 모조리 불사르면서, “가지 않으면 오는 이도 없으렷다.”하고 돈 오십만 냥을 바다 가운데 던지며, “바다가 마르면 주워 갈 사람이 있겠지. 백만 냥은 우리나라에도 용납할 곳이 없거늘, 하물며 이런 작은 섬에서랴!”했다. 그리고 글을 아는 자들을 모두 골라 모조리 함께 배에 태우면서, “이 섬에 화근을 없애야지.”했다. (중략) 

 이튿날, 변 씨는 받은 돈을 가지고 그 집을 찾아가서 돌려주려 했으나, 허생은 받지 않고 거절하였다. 

 “내가 부자가 되고 싶었다면 백만 냥을 버리고 십만 냥을 받겠소? 이제부터는 당신의 도움으로 살아가겠소. 당신은 가끔 나를 와서 보고 양식이나 떨어지지 않고 옷이나 입도록 하여 주오. 일생을 그러면 족하지요. 왜 재물 때문에 정신을 괴롭힐 것이오”

-박지원, <허생전>, 고등학교 국어Ⅱ

출제 의도 및 문제 해설

1. 출제 의도

 2019학년도 건국대학교 모의논술고사 <인문사회Ⅰ>은 고등학교 교육과정의 성취기준을 달성한 학생들이 대학 생활을 하는 데 필요한 이해력과 사고력, 표현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할 수 있도록 출제하였다. 제시문 [가]와 [나]는 국어과 교과서에서, [다]의 도표는 사회과 교과서에서, [라]의 문학작품은 국어과 교과서에서 취하였다. 특히 [라]의 <허생전>은 모든 학생들에게 익숙한 고전이지만 새로운 개념으로 탐구하고 자신의 의견을 생성할 수 있도록 하였다. 고등학교 교육과정 및 교육내용에 충실한 지문 발췌를 통해 학교 교육의 정상화를 뒷받침하고자 하는 한편, 서로 분야와 성격을 달리하는 다양한 제시문의 내용을 비교, 분석, 종합, 적용하게 하고, 이면적 요소에 대해 정확하고 깊이 있게 통찰하도록 함으로써 우수학생 선발에 필요한 변별력을 확보하고자 하였다. 

 논제에 대한 서로 다른 관점을 보여주는 지문을 읽고 [문제 1]에서 이를 바탕으로 도표를 해석하며, [문제 2]의 소설 지문을 분석·비평하는 문제 양식은 작년의 기출문제를 비롯하여 최근 몇 년간 건국대학교 논술문제의 일반적 패턴이다. 이렇게 안정적인 문제 양식을 통해 건국대학교 논술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예상 가능한 문제에 대해 체계적인 학습과 준비를 하게끔 하였다. <인문사회Ⅰ>에 응시할 예정이라면 다양한 형태를 가진 지문의 핵심 내용을 도출하고 이를 비교 분석하며 종합한 후, 다른 양식의 지문과 연결해 새로운 결론을 도출해내는 연습을 많이 해두는 것이 고득점으로 가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2. 문제 해설

[문제 1]

 이 문제는 [가]에서 제시하고 있는 사치의 개념을 [나]의 상황을 통해 이해하고, 이 개념을 바탕으로 [다]에 제시된 두 도표를 다각적으로 분석할 것을 요구한다. 

 [가]는 부를 바탕으로 한 사치가 문명의 기초를 이룬다고 하였다. 사치가 타락과 낭비로 이어져 문명의 퇴조를 초래하기도 하는 점도 부정할 수 없으나 적절한 사치는 경제, 지성, 예술, 도덕 등 모든 문명의 기초라는 것이다. 사치의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을 모두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문명의 융성에서 퇴조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사치의 역할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나]에서 이스트 섬은 풍요로운 환경을 바탕으로 번창해 나갔다. 이는 [가]에서 말하듯이 부를 바탕으로 문명이 형성되는 단계라 할 수 있다. 사치가 혁신과 교류의 증대에 기여해 문명의 발전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스트 섬의 씨족들은 자신들의 부와 힘을 자랑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석상을 세워 결국 생태계와 사회적 부의 원천을 파괴하는 한편 문명적인 제도마저 붕괴시켰다. 경쟁적으로 석상을 세우는 일은 [가]에서 말하는 표식을 통해 명성을 강화하는 사치의 부정적 측면이라 할 수 있다. 

 [가]와 [나]의 내용을 종합하자면, 부를 축적하고 이를 소수 집단이 전유하면서 사치 현상이 발생하는데, 적절한 사치는 문명의 기초가 되기도 하지만 과도한 사치는 이스터 섬의 사례에서 보듯 스스로 이룩한 문명의 기초마저 붕괴시킨다는 것이다. 

 위의 내용을 바탕으로 [도표 1]과 [도표 2]를 분석해야 한다. [도표 1]은 교역과 여행이 몇몇 지역에 집중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세계 국민 총생산의 80%가 북반부를 중심으로 분포하고 있으며, 그 중 국가적 부의 지표인 시가 총액은 북아메리카, 서유럽, 극동아시아에 98%가 편중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이렇게 집중된 부를 기초로 혁신과 교류를 도모하며 문명을 발달시키는 양상은 금융 및 경제 활동의 흐름, 관광객의 출발, 도착지, 대형 공항 분포 등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부의 집중 현상에서 문명의 발달과 더불어 사치의 발생 가능성을 동시에 볼 수 있다. 이스터 섬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부의 집중은 경쟁적 사치 행위로 이어질 수 있어서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전 지구적 차원에서 볼 때 부의 편중으로 인한 지역 불평등은 사치를 초래해 현재의 문명을 위협하는 요소가 될 위험이 있다. 

 [도표 2]는 이산화탄소 농도와 지구 평균 기온 변화의 추이를 나타낸다. 산업시대의 문명은 화석연료의 사용, 산림 파괴, 가축 사육, 무분별한 농경지 확대를 통해 이산화탄소를 다량 발생시켜 왔으며 이로 인해 지구 평균 기온이 올라 생태계는 물론 인간의 생활환경이 위협받고 있다. 문명의 발달을 위한 생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의 발생은 필연적이지만 수치의 지속적인 증가에서 사치의 양상을 추론할 수 있다. 이는 이스터 섬의 문명이 과도한 사치로 인해 몰락하는 과정을 떠올리게 하며 사치가 적절한 수준에서 제어되어야 함을 말해준다.

[문제 2]

 [가]는 경제적 발달과 중앙 집권화 된 정치 조직을 바탕으로 문명이 발생하는데, 사치는 혁신과 교류의 증대에 기여하고 사회의 권력과 명성을 강화하는 역할을 함으로써 문명 발달의 요인이 된다고 하였다. 즉, 적절한 사치는 경제, 지성, 예술, 도덕 등 모든 문명의 기초라는 것이다. 한편, [나]는 사치가 문명을 파괴한 부정적 사례를 보여준다. 이스터 섬의 씨족들은 자신들의 부와 힘을 자랑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석상을 세워 생태계와 사회적 부의 원천을 파괴하여 결국 문명마저 붕괴시키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가]와 [나]의 내용을 종합하자면, 축적된 부를 소수 집단에 집중시킴으로써 사치 현상이 발생하는데, 적절한 사치는 문명의 기초가 되기도 하지만 과도한 사치는 이스터 섬의 사례에서 보듯 스스로 이룩한 문명의 기초마저 붕괴시킨다는 것이다. 

[라]의 허생은 나라의 허술한 경제 제도를 활용하여 큰돈을 벌 수 있었다. 그런데 허생은 이 경제적 부를 자기에게 집중시켜 과시적으로 쓰지 않았다. 대신 그는 혼인도 못 하고 생업을 영위할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도적이 되어 버린 하층민을 구제하는 데 썼다. 도적떼들에게 배우자를 구하게 하고 생업에 필요한 생산수단인 소를 사게 하며, 이들에게 정착할 수 있는 땅을 내어준 것이다. 이처럼 작은 섬에서의 시험 전에도 허생은 자신의 힘과 부를 자랑하는 사치와 거리가 먼 인물이었다. 

 허생은 도적떼를 자신이 미리 보아둔 작은 섬으로 데려갔다. 이 섬에서 도적들은 집을 지어 정착하고 농사를 지어 생계를 도모하는 한편, 이웃 섬과의 교류를 통해 부를 축적할 수 있었다. 허생은 처음 섬에 들어올 때, “먼저 부하게 한 연후에 따로 문자를 만들고 의관을 새로 제정하려” 하였다. 이러한 계획은 [가]에서 말한 경제적 발전이 문명의 기초 요건 중 하나라는 통찰과 맥을 같이 한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허생은 부를 바탕으로 섬의 문명을 건설하려 했다. 

허생은 점차 커지는 부로써 이 섬에서 새로운 문명의 기초를 다질 수 있었지만 섬을 떠난다. 섬을 떠날 때 허생은 오른손에 숟가락을 쥐게 하고 연장자가 먼저 먹도록 하는 최소한의 윤리를 제정하고 글을 아는 자들이 섬의 화근이 될 것이라 생각하여 이들을 데리고 갔다. 또한 이 섬을 오갈 수 있는 배를 모조리 불태워버렸다. 이는 지식인을 중심으로 한 중앙 집권화, 인적·물적 교류를 통해 문명을 발전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아예 차단시킨 것이다. 

 이렇게 허생은 문명의 발달 요인을 없애며, 섬에서의 조그만 시험을 끝냈다. 원래 시험의 계획은 부를 바탕으로 섬에 새로운 문명을 건설하려던 것이었는데 이처럼 갑작스레 끝내는 까닭은 무엇일까? 허생은 시험을 끝내는 것에 대해 ‘땅이 좁고 덕이 엷다’는 이유를 들었다. 그 의미는 ‘좁은 지역에 감당할 수 없는 부가 주어질 때 사람들은 게으르고 사치스러워져 덕을 잃기 쉽다’라는 것이다. 즉, 좁은 섬에 과도히 축적된 부는 절적한 사치의 범위를 넘어 낭비와 탕진으로 흐를 위험이 있으며 결국 그런 사치가 이 섬의 환경과 부의 원천마저 파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글을 아는 이들은 지적 권위로 계층을 나누어 부의 집중과 편중화를 낳는 화근이 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허생은 글을 아는 이들을 섬 밖으로 데리고 나가며 시험을 끝낸 것이다. 

 위의 내용처럼 [가]와 [나]를 종합하여 허생의 시험에 대해 분석할 수 있다. 그런 후 허생의 시험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제시할 수 있다. 우선 허생의 결정이 현명했으며, 그의 시험은 원래의 계획과는 달랐지만 성공적이라고 평할 수 있다. 허생이 떠난 후 이 섬 사람들은 모두 먹고 살 만큼 일하며 과욕을 버리고 모두 평등하게 살았을 것이다. 이런 소박하고 자족적인 삶이야말로 허생이 꿈꾸던 유토피아였을 터이니 그의 시험은 성공하였다 등의 논의가 가능하다. 반면, 허생의 결정은 어리석었고, 그의 시험은 실패하고 말았다고 평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는 다음과 같은 논의가 가능하다. 허생은 뱃길을 끊고 지식인을 없앰으로써 교류를 통한 부의 증대와 중앙 집권적 부의 집중화, 나아가 문명 발달의 가능성을 막아버렸다. 이렇게 발달이 저해된 채 폐쇄된 섬은 유토피아가 되기는커녕 문명의 퇴행을 거듭하는 곳이 되었을 것이다. 문명이 사치로 흐를 위험이 있지만 모든 문명이 사치로 흐르는 것은 아니다. 또한 사치로 인한 문명의 파괴를 제어할 수 있는 것도 문명이기에 허생은 ‘덕을 갖춘’ 문명의 발달을 위해 섬에서 시험을 지속해야 했다. 이처럼 자신의 관점에서 허생의 시험에 대한 평가를 제출하되 논거를 갖추어 설득력이 있다면 다양한 주장을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

3. 채점 기준

4. 자료 출처

예시답안

[문제 1]

 [가]와 [나]는 ‘사치’의 속성을 설명하고 있다. [가]는 사치가 창조성과 교류를 위한 재화의 생산을 통해 문명발전을 촉진할 수 있는 반면, 타락과 낭비로 인해 문명의 퇴조를 야기할 수도 있으므로 ‘적절한 사치’가 문명의 기초를 이룬다고 주장한다. [나]는 지나친 사치가 문명의 몰락을 초래한 사례로서 이스터 섬의 사라진 문명을 제시하고 있다. [도표 1]은 세계 국민총생산의 80%가 북반부를 중심으로 분포하고 있고, 금융 및 경제활동의 지표라 할 교역과 여행도 이 지역에 집중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부(富)가 교류와 혁신을 통해 문명을 발전시키는 양상을 보여주는 것이며, 이는 사치가 문명 발달의 근간이 되는 한 사례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도표 2]는 산업시대 이후 화석연료의 사용과 무분별한 농경지 확대로 인한 산림파괴 등으로 이산화탄소가 증가함에 따라 지구 평균기온도 꾸준히 상승하여왔음을 보여준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지구온도의 상승은 인간의 생활환경을 위협하고 환경파괴를 가속화함으로써 인류와 지구 멸망을 초래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도표 2]는 과도한 경쟁과 사치로 인해 몰락한 이스터 섬의 문명을 상기시키며, ‘사치’가 적절한 수준에서 제어되어야 할 필요성을 시사한다. 

[문제 2]

 [가]는 문명의 성립과 발전에서 부 혹은 사치가 차지하는 역할을 강조한다. 사치가 타락과 낭비로 이어질 경우 문명의 걸림돌이 되기도 하지만, ‘적절한’ 사치는 문명의 자극제 역할을 하면서 모든 문명의 기초를 이룬다고 주장한다. [나]는 이스터 섬 문명의 발전과 몰락을 통해 ‘과도한’ 사치가 어떻게 한 문명을 몰락시켰는가를 보여준다. 이 풍요로운 섬의 지배계층은 권력과 부를 과시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크고 화려한 석상을 세웠고 그러한 과정에서 정치 경제 시스템이 점차 파괴되면서 결국 이스터 섬은 사라진 문명이 되었다. 

 [라]에서 허생은 매점매석으로 큰돈을 번 후 그 돈을 기반으로 도적들이 빈 섬에 들어가 그곳에서 가족을 이루고 농사를 지으면서 새로운 삶을 살 기반을 마련해준다. 이는 나라로부터 도둑을 없애는 일인 한편 작은 섬에서 새로운 문명을 만들어 가는 ‘시험’(실험)이기도 하다. 허생이 “먼저 부하게 한 연후에 따로 문자를 만들고 의관을 새로 제정하려” 했다는 것은 [가]에서처럼 ‘적절한’ 부 혹은 사치가 문명의 기초가 됨을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흉년이 든 장기도와의 교역을 통해 은 백만 냥이란 큰돈이 섬으로 들어오자 허생은 섬을 떠나면서 그 돈 중 반을 바다에 버리고 배를 불살라 교역을 금하는데, 이는 [나]에서 드러난바 ‘과도한’ 부 혹은 사치가 문명을 파괴한다는 것을 잘 알고 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조처이다. 허생이 시험해보는 새로운 문명은 무엇보다 ‘과도한’ 부가 아닌 ‘적절한’ 부에 기반한 것으로, 교역으로 인해 지나친 사치나 잉여가 발생하지 않고, 어른을 공경하는 기본적인 윤리를 지니며, 부와 권력이 편중될 수 있는 지식인 집단이 부재하다는 특징을 지닌다. 

 [라]의 새로운 문명 실험은 부의 축적 없이는 문명이 가능하지 않다는 인식과 동시에 문명의 전개에서 과도한 물질적 풍요, 즉 사치나 잉여의 위험을 경계한다. 그런 점에서 ‘문명과 사치의 관계’에 대한 허생 혹은 작가 박지원의 혜안이 잘 드러나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