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음 제시문을 읽고 논제에 답하시오

[가]

기술뿐 아니라 예술도 사회적 효용성에 제한 받을 필요가 없다. 예술에서의 아름다움이란 일상생활의 유용성과 전혀 다른 자원의 가치다. 정말 아름답긴 하지만 실용성이 전혀 없는 물건들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물에 닿으면 바로 깨져 버리는 예쁜 유리잔이 있다고 해 보자. 아마도 우리는 “보기에는 참 좋은데 실용성이 없네!”라고 말할 것이다. 이와 달리 현대 예술은 순수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이해되었다. 따라서 일상생활의 유용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공예나 가정에서 여성이 하는 작업들, 예를 들어 바느질과 퀼트와 같은 것들은 순수 예술의 영역에서 배제되었다. 일상의 가치와는 전적으로 구분되는 정신적인 가치이자 개인 혹은 공공의 이해관계를 모두 배제한 관조를 통한 즐거움으로서의 아름다움, 아름다움 자체를 추구할 수 있는 독창적인 천재로서의 예술가, 나아가 예술을 사회적으로 생산-유통-소비하는 독립적인 예술 체제의 분화, 이러한 요소들이 근대적인 예술 개념을 이루고 있다. 특히 자본주의적 유용성의 원리에 저항하고자 했던 예술가들은 예술이 어떠한 구체적 용도를 위한 수단이 되는 것에 저항하고. 물질적인 것을 중시하는 현실에서는 더 이상 존중되지 않는 정신적 가치를 예술의 영역에서 보존하고자 했다. 요컨대 어떠한 사회적 유용성이나 구체적인 쓸모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 다시 말해 ‘사회적 무용성(無用性)’이 예술의 역할로 규정된 것이다.

[나]

추상 회화와 더불어 ‘그리다’라는 동사의 성격에 변화가 온다. 과거에 ‘그리다’는 목적어를 필요로 하는 타동사였다. 예를 들어 과거의 화가들은 인물을 그리고 정물을 그리고 풍경을 그렸다. 하지만 현대 회화에서 ‘그리다’는 자동사가 된다. 추상 회화는 목적어 없는 그림이다. 그림은 있는데, 그게 가리키는 대상이 없다. 제목으로 슬쩍 눈을 옮겨도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거기에는 종종 이렇게 적혀 있기 때문이다. ‘무제.’ 아니면 재귀동사(reflexive verb)라고나 할까? 현대 회화가 가리키는 게 있다면 그것은 자기 자신이다. 20세기의 회화는 자신, 즉 회화의 가능성을 탐구한다. 그것은 회화를 구성하는 두 요소, 형과 색에 대한 탐구다. 그런 의미에서 그것은 반성적(reflexive), 즉 자기 지시적(self-referential)이다.

칸딘스키(Kandinsky)가 ‘추상’이라는 생각에 도달한 계기는 러시아에서 열린 인상파 전시회였다고 한다. 거기서 그는 모네가 그린 밀 짚단을 보게 된다. 인상파 특유의 빛의 효과 때문에 매우 흐릿해도 뭔지 못 알아볼 정도는 아니었지만 칸딘스키는 그게 밀 짚단이라는 사실을 카탈로그의 제목을 보고 비로소 알아차렸다고 한다. 이 체험을 통해 그는 처음으로 대상을 재현하지 않는 순수 회화의 가능성을 떠올렸던 것이다. 추상 회화가 전달하는 내용은 형식과 따로 존재하지 않고 이미 형식 안에 들어 있다. 중세 장인들이 재료 자체를 상징적으로 해석했듯 현대 화가들 역시 회화의 재료, 즉 형과 색이라는 요소 속에 ‘정신적인 것’을 구현해 전달하고자 하였다.

칸딘스키 <무제(최초의 추상 수채화)>(1910)

[다]

While the ends that technology can be applied to can be cognitively and morally significant, technology itself is value-neutral. Technology, in other words, is subservient¹⁾ to our beliefs and desires; it does not significantly constrain much less determine them. This view is famously touted in the National Rifle Association²⁾(NRA)'s maxim, "Guns don't kill people. People kill people"

To be sure, this statement is more of a slogan than well-formulated argument. But even as a shorthand expression, it captures the widely believed idea that murder is wrong and the appropriate source to blame for committing murder is the person who pulled a gun's trigger. Indeed, the NRA's proposition is not unusual; it aptly expresses the folk psychology that underlies moral and legal norms.

The main idea, here, is that guns are neither animate nor supernatural beings; they cannot use coercion or possession to make a person shoot. By contrast, murderers should be held responsible for their actions because they can resolve conflict without resorting to violence, even during moments of intense passion. Furthermore, it would be absurd to incarcerate³⁾ a firearm as punishment. Unlike people, guns cannot reflect on wrongdoing or be rehabilitated.

1) subservient: 도움이 되는, 종속적인 2) National Rifle Association: 전미총기협회

3) incarcerate: 감금, 투옥하다

[라]

멈퍼드(Mumford)는 근대 기술로서 시계가 미친 영향력을 살펴보면서, 발명가의 의도와 다르게 시계 자체가 자율적으로 사회적 영향력을 발휘한다는 점에 주목하였다. 인간의 기술적 발명품이 생명체가 보여주는 생물 활동과 유사하게 변화하고, 더 나아가 기술이 유기체의 일부라고 주장하였다.

그는 수도사들이 기도의 의무를 충실히 이해하기 위해 발명된 기계가 인간의 활동을 통제하고 동시화시키는 기준이 되어 “기계의 규칙적인 집단 리듬과 박자”에 따라 일과를 진행시키고 있다고 보았다. 처음에는 시간을 지키기 위해 발명되었으나 이후에는 시간을 지키는 것 외에 “시간에 따라 일하기, 시간 계산하기, 시간 할당하기” 등에 활용되고, 시간이 흐르면서 자본주의 사회의 노동 행위를 동시화 및 표준화하고 제어하는 기능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서구 근대 사회에서는 자연의 유기적인 리듬에 맞추어 이루어졌던 노동의 흐름이 기계적 시간에 의해 표준화되고 조직화되었으며, 노동의 대가는 시간 단위로 계산하게 되었다. 자연의 순환적인 리듬에서 벗어나 양적으로 잴 수 있고 목적에 따라 구분을 하고 평가될 수 있는 시간 개념도 생겨났다. 이렇게 구축된 기계적 시계 체계는 오늘날까지도 우리의 모든 활동과 과정을 조정하고 제어하는 기준으로서 우리의 삶을 조직하고 경험하는 일상 과정에 깊이 개입하고 있다.

[마]

빛이 빛을 잃고

깊고 깊은 어둠의 골짜기와도 같은 세상

그런 세상 바닥을 헤매다가

반딧불을 만나면 나도 그 옆에서

반딧불과 같은 그 무엇이 되고 싶었고

등불을 만나면 나도 그 밑에서

등불과 같은 그 무엇이 되고 싶었다

이를테면 때는 하늘에 별 하나 보이지 않고

어둡고 괴로운 시절인지라

펜이라도 되어 어둠속에서 빛나고 싶었다

그 촉각 곧게는 세워 삭풍에 날을 갈고

허위의 구름장을 헤쳐 푸른 하늘에

진실의 문자를 새겨넣고 싶었다 그 문자

달과 별에 비추어 동터오는 아침 햇살이게 하고

그 햇살 감춘 데 침침한 데에 가차없이는 쳐들어가

음모의 소굴에서 작당하는 권모와 술수란 놈들은

눈이 부셔 맥을 못 추게 하고

그 햇살 어둔 데 숨긴 데에 남김없이는 스며들어가

가진 자들 배에 가려 그늘진 가난의 주름살을 펴게 하고 싶었다

그렇다 나의 펜 나의 무기여 (하략)

[바]

어떤 예술가들은 ‘예술을 위한 예술’을 주장하며, 예술의 유일한 목적은 예술 자체에 있다고 한다. 예술을 사회적 또는 교육적 효용성의 측면에서 판단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경우 문제는 없을까?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악함을 극도로 표현한다면 인간의 선함과 건실함은 무시될 수 있다. 또한 예술을 위해 타인이나 자연에 해를 입히는 일은 바람직하지 않다. 또 지나치게 혐오스런 예술 작품은 그것을 보는 사람들의 마음에 상처를 줄 수도 있다. 이처럼 예술은 인간의 삶에 많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인간의 삶과 동떨어진 예술 활동을 하기 어렵다.

예술은 미적 가치와 함께 교훈적 또는 도덕적 가치를 함축하고 있다. 예술로서 추구하는 미가 도덕성을 고취하는 데에 기여할 수 있다. 예술은 도덕처럼 건전한 인격 함양에 필요한 요소를 가지고 있으며, 이 요소가 사회적으로 활용되어야 한다.

예술과 외설을 구분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예술가들이 성적 표현을 담은 작품을 예술이라고 주장해도, 사회의 건전성을 보호하기 위해 외설물을 규정하고 제재를 가할 필요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교육적 또는 사회적 안정을 이유로 외설을 가려내 적절한 규제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사]

프랑스의 한 사회학자는 1960년대 갤러리를 방문한 사람들의 패턴을 검토하였다. 표본조사에 응한 사람들 중 형식적으로 복잡한, 실험적인, 추상적인, 표현주의적인 미술을 좋아한다고 밝힌 응답자는 역시 미술사에 대한 배경 지식이 어느 정도 있으며 거의 다 고소득 집단의 구성원인 경우가 많았다. 그에 반해 좀 더 사실주의적인, 또는 기능적이거나 장식적인 성격의 미술을 좋아한다고 밝힌 응답자는 미술사에 대한 배경 지식이 별로 없으며 거의 다 저소득 집단의 구성원인 경우가 많았다. 경제 자본을 더 많이 소유한 응답자일수록 문화 자본 또한 더 많이 소유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들은 더 오랫동안 학교 교육을 받는 이점을 누리고, ‘교양 있는 가정’에서의 가정 교육에 기초하여 더 많은 비공식적인 문화적 사회화의 이점을 누린 것이다. 이로 인해 그들은 감상을 위한 특수한 지각 기술을 요하는 ‘순수하고’, ‘어려우며’, ‘무기능적인’ 예술에 대한 취미를 발전시킬 수 있었다.

이 학자는 이를 바탕으로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예술 작품에 대한 순수한 관조 태도는 문화 자본을 더 많이 소유한 사회집단의 특권으로 남아 있다. 문화적 인식 기술의 계급적 차이가 사회집단들 사이에서 자기 자신을 차별화하는 상징적 구별 짓기의 패턴을 반영한다. 상이한 사회 계급과 집단은 전형적인 소비 습관을 통해 자기 자신을 구별 짓는다. 문화 자본을 가장 많이 소유한 사회집단은 전형적으로 이러한 구별 짓기의 과시를 자기 생활 방식에 핵심적인 것으로 만들려고 애쓰는 집단이다.

[논제 Ⅰ]

제시문 [가]~[바]를 비슷한 주장을 담은 내용끼리 분류하고, 각 제시문을 요약하시오. [401자 이상 ~ 500자 이하 : 배점 30점]

[논제 Ⅱ]

제시문 [사]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서술하고, 이를 근거로 하여 제시문 [가], [나]를 비판하시오. [601자 이상 ~ 700자 이하 : 배점 40점]

[논제 Ⅲ]

기계 제조업체 A사는 신기술 도입을 고려하고 있어 생산량에 대한 총비용을 조사하였다. 총비용은 생산량에 대해 이차함수 관계를 갖는 것으로 나타났다. A사가 현재 보유한 기술로 생산할 경우, 기계 4대 생산에 비용 10만 원으로 최솟값에 도달하며, 6대 생산에 18만 원이 든다. 이에 반해 신기술을 도입할 경우, 기계 2대 생산에 비용 50만 원으로 최솟값에 도달하며, 6대 생산에 58만 원이 들게 된다.

A사는 1대당 30만 원의 가격에 최대 12대까지 구매하겠다는 주문을 받았다. 그리고 A사는 생산 설비 조건상 적어도 5대 이상을 생산해야 하며, 매출액과 총비용의 차이인 이윤을 최대화하고자 한다. 이때 이윤을 최대화하는 생산량과 이윤을 구하시오. 그리고 이러한 의사결정 과정을 근거로 제시문 [다]를 평가하시오. (A사는 12대 이하로 생산하여 판매하는 것을 제안할 수 있다.)

[수식 및 그래프를 사용할 수 있으며, 주어진 답안지 양식 범위 내에서 자유롭게 쓰시오. : 배점 30점]

출제개요

2017학년도 경희대학교 사회계Ⅰ 논술고사의 주제는 ‘예술(기술)의 자율성과 도구성’이다. 예술(기술)은 인간 사회와 관계없이 자율적으로 존재하며 그 자체로 사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반면 인간이 부여한 목적에 따라 도구로 이용되어 사회적 효용 가치를 창출할 수도 있다. 인간 역시 예술(기술) 그 자체로부터 영향을 받기도 하지만 동시에 실용적 목표에 따라 예술(기술)을 도구로 이용하는 양면적 특성을 보인다. 이런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수험생들이 예술(기술)이 인간 사회와 관계 맺는 방식을 다양한 상황과 맥락에서 포착할 수 있는지 평가하기 위해 출제했다.

또한 논술고사가 학생들의 통합 논술 능력을 평가하기 위한 것이라는 취지를 살리기 위해 고등학교 교과서를 비롯하여 각종 서적과 영어 지문, 수리 계산 등 다양한 성격의 지문을 활용해 출제했다. 물론 모든 제시문은 교과서 내용이거나, 교과서 내용과 관련됐거나, 고교 수준에서 이해가 가능한 것으로 선정되었다. 구체적으로 예술(기술)의 자율성 관련 내용은 고등학교 교과서 <생활과 윤리> 내 ‘문화와 윤리’ 또는 ‘과학 기술-환경-정보 윤리’ 과정에서 주요 소재로 소개되어 있다. 예를 들어, 제시문 가운데 [바]는 교과서 <생활과 윤리> (비상교육)의 내용을 발췌한 것이다. 제시문 [라]에서 언급된 멈퍼드는 교과서(<고전>(천재교육), 285쪽)에 소개되어 있으며, [사]에서 언급된 부르디외 관련 내용도 여러 교과서(<사회문화>(천재교육, 142쪽; 금성출판사, 118쪽; 미래엔, 76, 184쪽; 비상교육, 156쪽)에서 설명되고 있다.

제시문 [가]는 현대 예술이 사회적 효용 가치에 얽매이지 않고 아름다움 자체를 추구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나]는 칸딘스키로 대표되는 추상 회화가 외부 대상을 재현하지 않고 스스로 정신적인 것을 구현하는 자율성을 가진다고 서술하고 있다. [다]에서는 살인이 총이라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이 총을 도구로 잘못 사용한 활용의 문제임을 설명하고 있다. [라]는 근대 기술인 시계가 노동 표준화와 조직화를 통해 인간 생활과 문화를 변화시킨다는 점을 강조한다. [마]는 김남주의 시로 가진 자들만을 위한 어두운 세상에 시(문학)를 통해 저항하려는 시인의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바]는 예술이 사회가 요구하는 도덕적 가치를 지켜야 하는 사회적 책임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사]는 부르디외의 문화 자본 논의를 바탕으로 예술이 사회 계층의 차이를 나타내는데 사용되고 있음을 설명하고 있다.

논술고사의 논제는 일반논술 2문제, 수리논술 1문제 총 3문제를 출제하였다. 일반논술 문제는 주제에 대한 학생들의 이해력, 논리적 추론 능력, 비판능력, 통합적 사고 능력, 창의적 사고 능력, 논술 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고자 한다.

[논제 Ⅰ]은 예술(기술)의 자율성과 도구성이라는 두 가지 성격을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주제의 글을 분류할 수 있는 능력을 평가하고자 했다. 주어진 제시문들을 예술(기술)이 자율성을 가지고 그 자체로 인간 사회에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하는 집단과 예술(기술)이 인간 사회가 의도하는 가치 추구에 맞춰 도구적으로 사용된다고 주장하는 집단으로 분류하고 요약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논제 Ⅱ]에서는 사회 계급(계층)과 예술의 관계를 논한 제시문의 내용을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예술의 자율성을 강조하는 제시문들을 비판할 수 있어야 한다. 제시문을 읽고 특정 예술에 대한 선호가 경제적 조건과 문화 자본을 바탕으로 계급 차이를 드러내려는 사회적 의식이자 전략임을 이해하는 독해 능력이 필요하다. 또 이 내용을 바탕으로 실용성 없는 순수 예술을 지향하는 입장을 비판하는 분석과 추론 능력이 필요하다. 이 논제를 통해 고등학교 사회․문화 교과과정 상의 사회 계급(계층) 구조의 다양한 양상과 문화 예술 및 교육과의 관계에 대한 이해도를 평가할 수 있다. 또 이질적인 두 종류의 텍스트, 즉 사회과학과 인문학 제시문들을 교차해서 읽고 하나의 제시문의 시각을 바탕으로 다른 제시문들을 비판적으로 논술할 수 있는 능력도 평가 가능하다.

[논제 Ⅲ]은 수학의 기본 도구인 함수의 이해와 활용 능력을 평가하고자 했다. 이를 위해 고등학교 수학 교과 과정 내 2차함수의 최대와 최소의 개념을 활용하여 함수식을 도출하고 이를 활용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측정하였다. 또한 주어진 조건에서 의사 결정의 원리를 이해하고 이에 따른 논리적 문제 해결 능력을 측정하였다. 사회계열 전공자에게 사회의 현상과 문제들을 객관적으로 표현하고 논리적 분석을 통해 의사 결정 원리를 추론할 수 있는 능력은 매우 중요하다.

<제시문 출처>

<참고> 영어 제시문 [다] 국문 요약

기술이 이용되는 목적은 인식적으로나 도덕적으로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지만, 기술 그 자체는 가치중립적이다. 다시 말해 기술 그 자체가 우리의 신념과 욕구를 결정하거나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위해 쓰일 뿐이다. 이런 시각이 전미총기협회(NRA)의 “총이 사람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것이다”라는 말에 잘 드러나 있다. 즉, 총기살인 사건에 있어서 비난받아야 할 것은 방아쇠를 당긴 사람이지 총 그 자체가 아니라는 것이다.

사실 이는 정교한 주장이라기보다는 슬로건에 가깝다. 그러나 짧은 표현일지라도 이는 살인은 잘못된 일이며 살인에 대해 비난 받아야 할 대상은 총을 쏜 사람이라는 일반적인 인식을 잘 드러내주고 있다. 사실 전미총기협회의 말은 특이한 것이 아니며 우리의 도덕적, 법적 규범의 바닥에 자리 잡고 있는 대중의 심리를 정확하게 표현해 주는 말이다.

여기서 핵심적인 것은 총은 생명이 있거나 초자연적인 존재가 아니며 사람을 협박하거나 홀려 총을 쏘게 만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반면 사람은 감정이 극도로 격해진 순가니라 할지라도 폭력에 의존하지 않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에, 사람을 죽인 사람은 그들의 행동에 전적으로 책임을 져야만 하는 것이다. 총기에 책임을 묻는답시고 감방에 집어넣는 것도 우스운 일이다. 사람과 달리 총은 잘못을 반성하거나 교화될 수 없다.

예시답안

[논제 Ⅰ]

각 제시문은 예술(기술)이 인간 사회에 대해 갖는 자율성과 도구성을 설명하고 있다. [가], [나], [라]는 예술(기술)이 인간에게 이용되지 않을 뿐 아니라 그 자체로 사회에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한다. 한편 [다], [마], [바]는 예술(기술)이 인간이 부여한 목적에 따라 도구로 활용된다는 입장을 취한다.

[가]는 현대 예술이 사회적 유용성을 벗어나 순수한 아름다움 자체를 추구한다고 설명한다. [나]는 칸딘스키로 대표되는 추상 회화가 대상을 재현하지 않고 스스로 정신적인 것을 구현하고 있음을 서술한다. [라]는 시계라는 기술이 노동 표준화와 조직화를 통해 인간 삶을 변화시켰다고 주장한다.

한편, [다]는 총이 사람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잘못된 사용이 살인을 유발한다는 의견을 제시한다. [마]는 시인이 시(문학)을 통해 가진 자들의 세상에 저항하려는 의지를 담아내고 있다. [바]는 예술이 사회가 요구하는 도덕적 가치 구현에 동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486자]

[논제 Ⅱ]

제시문 [사]는 예술작품의 소비 패턴과 소득 수준이 갖는 상관관계에 대해 논한다. 이에 따르면 순수 예술에 대한 선호는 예술에 대해 교육 받고 감상할 경제적, 시간적 여유가 있는 사회 계급이 문화 자본을 이용해 다른 사회 계급으로부터 자신을 구별 짓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즉, 사회로부터 자율성을 갖는 순수 예술에 대한 관심이 특정 사회 계급의 차별화 전략에 따른 특권적 선호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제시문 [가]와 [나]를 비판할 수 있다. 제시문 [가]는 실용성과 같은 일상적 가치가 배제된 순수 예술만이 진정한 예술이라고 설명한다. 제시문 [사]의 입장에서 보면, 순수 예술이 갖는 ‘사회적 유용성’이란 특정 사회 계급이 다른 계급과 자신을 구별 짓기 위한 전략적 주장일 뿐이라고 비판할 수 있다.

제시문 [나]에 나타난 추상 회화는 예술이 현실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서 존재한다고 주장하는 예술 사조에 해당한다. 제시문 [사]의 관점에서 보면, 이런 예술 사조에 대한 관심도 특정 사회 계급이 현실재현적인 쉬운 예술을 선호하는 계급과 자신을 구별 짓기 위한 수단에 불과한 것이다. 즉, 예술은 특정 사회 계급의 문화적 구별 짓기 전략으로 소비된다는 점에서 ‘사회적 효용성’을 가지며, 예술 행위는 이들의 과시적 소비 습관에 의해 뒷받침된다고 비판할 수 있다. [666자]

[논제 Ⅲ]

기업 A의 총비용함수( )는 생산량( )의 2차 함수이므로 현재 기술을 이용하여 생산하는 경우, 4대 생산할 때 최솟값 10만 원이므로 이다. 또한 6대 생산할 때 총비용이 18만 원이므로 이다. 이를 풀면 이고 총비용함수는 이다.

신기술을 도입하는 경우, 기업 A의 총비용함수( )도 생산량( )의 2차 함수이므로 2대 생산할 때 최솟값 50만 원이므로 이다. 또한 6대 생산할 때 총비용이 58만 원이므로 이다. 이를 풀면 이고 새로운 총비용함수는

이다.

기업 A는 일 때 신기술을 도입하여 생산할 것이다. 즉 생산량( )이 10보다 클 때( ) 새로운 기술을 도입한다.

그러므로 기업 A의 이윤( )은 다음과 같은 식으로 표현된다. 10대 미만으로 생산하는 경우, 이윤함수는 이며, 10대 이상으로 생산하는 경우는 이다. 따라서 12대를 생산하여 판매할 때 이윤이 가장 크다.

결론적으로 기업 A는 신기술을 도입하여 기계 12대를 생산하여 260만 원의 이윤을 얻는다. 즉, 기업 A는 자사의 이윤을 증대시키는 기술을 선택하여 생산하는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이다. 이는 신기술이 개발된 자체로 생산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이윤 증대라는 목적 하에 수단을 선택하는 방식으로 활용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즉, 기술은 기술 자체로서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에게 도구로서 유용성이 있을 때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의견은 제시문 [다]의 주장과 부합한다.